나는 금수회의록이란 책을 봤다.그 책의 내용은................................................
해와 달과 별,바다와 산과 바위는 옛날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고 있는데, 사람들은 왜 옛
날과 지금의 모습이 다른 것일까?
옛날 사람들은 하늘의 뜻을 어기지 않고 착하게 살았다. 그러나 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도
덕과 의리, 염치와 절개가 없이 살아가고 있으니, 사회의 질서가 무너진지 오래이다.
사람들은 무었이 옳고 무었이 그른 것인지 구별을 하지 못한다. 도둑이 대낮에 큰길에서
못된 짓을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착한 사람이 밥을 굶고 추위에 떠는 것을 봐도
누누 하나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하나 이것이 서로 뒤바뀌고, 충신과 역적
이 서로 뒤바뀌었으니 이 일을 장차 어찌하면 좋다는 말인가?
그러나 나는 이처럼 사람들이 약하게 변한 것을보면 가슴이 아프고 걱정이 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의 글을 열심히 찿아 읽으며, 그 속에 담긴 옛날 어른들의 마음을 본받으려고 노
력했다.
어느 날 나는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자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꿈속에서 나는 산책을 나갔다. 숲 속 깊숙히 들어가자 꽃과 풀이 우거지고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곳이 나왔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 무척 조용했다. 그런데 푸른 풀숲
사이에 왠 현판이 달려 있기에 가까이 가서 보니 '금수회의소' 라는 글자가 크게 써 있었
다. 그 옆에는 ''사람들의 잘못된 점에 대해 논한다.''라는 회의 주제가 걸려 있었다.
다른 나무에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다.''라는 광고문도 붙어 있
었다. 궁금해서 안을 살며시 들여다보니 들짐승과 날짐승,벌레,물고기,풀,나무,돌 등 온갖
것들이 다 모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문득 이상한 점이 떠올랐다.
사람은 세상 만물 가운데 가장 귀하고 뛰어난 존재가 아닌가! 그래서 하느님을 대신하여
세상의 동물들과 식물들을 모두 맡아 다스리고 있다. 그래서 사람이 포악한 일을 저지르
면 짐승 같은 사람이라며 그를 탓하는데, 동물과 식물들이 모여서 사람들의 잘못을 논하
는 회의를 열다니!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원통하고 분한 마음이 든 나는 열었던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그 자리
에 멍청히 서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와락 내 등을 떠미는 바람에, 얼떨결에 방청석에 앉게 되었다.
들짐승,날짐승,온갖 벌레 등 여러 짐승들로 가득 찬 회의장에 개회를 알리는 방망이 소리
가 울리더니, 금색의 큰 관을 쓴 짐승이 연단 위로 올라섰다.
회장처럼 보이는 그 짐승은 꾸벅 절을 하고는 점잖게 연설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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